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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아니야

  • 2018년 9월 9일
  • 7분 분량


w.광쁘




유독 우울한 날이었다. 특별하게 싸우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두준이와 나 사이의 끝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남자친구랑 제대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처음인데 이렇게 간단하게 데이트를 하고 헤어지나. 남들 다 겪어도 결코 우리에게만큼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권태기도 결국 찾아오는구나. 불이 다 꺼진 집에서 혼자 쓸쓸히 맥주 캔을 따려던 찰나였다. 용준형에게 걸려온 전화로 잠잠하던 내 아이폰의 진동이 울리던 것은.



제가 아끼는 후배 중 하나인 윤두준과 만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용준형은 학교에서 나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나와 헤어진 뒤 헤매는 용준형이 눈에 밟혀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이 초라해질 정도로, 용준형은 내가 보란 듯이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나 역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거의 6개월 만이었다. 그렇게 걸려온 전화니까 당연하게 받지 않았다. 아무래도 또 술김에 한 전화였겠지. 용준형은 항상 그랬다. 이상하게 술만 들어가면 그렇게 나를 찾았다. 남들은 모르고 나만 아는 용준형의 술 버릇.



잠시 옛 생각에 잠겨 물끄러미 아이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저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역시나 용준형은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어왔다. 진동소리가 거슬릴 때쯤 한숨을 내뱉으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말을 해.”

“...”



전화를 해놓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야.



“할 말 없으면 끊을게.”

“...기광아.”

“형, 또 술 마셨니?”



술에 취해 잠긴 목소리에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기광아 보고 싶어.”

“...”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 기광아.”



모두들 예상하겠지만 술기운이 가득한 연말 밤에 걸려온 구 애인의 전화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달랐다. 용준형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기 때문에 몹시 당황스러웠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이 여자 저 여자 다 만나봤는데, 정말 너 만한 애가 없더라.”

“...”

“사귈 때는 몰랐는데, 너한테 못 해준 것만 자꾸 생각나.”

“...”

“그래서 미안해.”

“형, 술 많이 마셨나 보네. 취한 것 같아.”

“넌 내가 전화할 때마다 술 마셨다고 생각하잖아.”

“...”

“그렇지만 아니야. 난 항상 진심이었어.”

“이제 와서 그런 말한다고 뭐가 달라져?”

“...”

“이제 그만 끊자.”

“너 두준이랑 만나는 거 보니까 못 참겠어.”



그 말에 숨이 턱 막혀버렸다.



“기광아, 나랑 다시 만나주면 안 될까?”



솔직히 흔들리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필 두준이와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 용준형이 저렇게 직접적으로 나를 붙잡을 줄이야. 그렇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나에게는 더 이상 용준형에게 나눠 줄 온기 따위가 없었다.



“형, 우리 헤어진 지가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

“왜 아직도 지난 추억에 살고 있어? 내가 아직도 형한테 매달리던 스무 살짜리 바보로 보여?”




“기광아.”

“이젠 아니야.”

“...”

“이젠 더 이상 아냐. 네가 기댈 사람.”




용준형과 헤어지던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 최악의 크리스마스였고, 헤어졌는데 정리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슬프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춘기 때 성 정체성을 깨닫고 줄곧 남자만 만나왔던 나와는 달리, 용준형은 내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비밀 연애를 한 덕분에 각자의 사진첩에는 우리가 함께 한 사진이 단 한 장도 없었을 뿐 더러 우리가 연애를 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몰랐다. 나와 가장 친한 요섭이를 제외하고는.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만 힘든 것 같아서, 나만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여전히 사랑하지만 나는 용준형을 떠났다. 사랑해서 보낸단 그런 거짓말 같은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요섭이는 그런 나를 이해해주지 못 했다.




그러나 뻔뻔한 용준형은 헤어지고 나서도 줄곧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헤어지고 나서도 우리는 이상한 사이로 지냈다. 기광아 뭐 해? 기광아 영화 보러 가자. 기광아 나 술 마시고 있는데 여기로 와주라. 애매하게 자꾸 여지를 주는 용준형이 너무 미워서 하루는 용준형을 붙잡고 물었다.



“형. 할 얘기가 있어.”

“나중에 하자. 내가 지금 바빠서.”



내가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면 꼭 저렇게 내빼곤 한다. 눈치는 귀신같이 빠른 놈.




“잠깐이면 돼.”

“무슨 일인데.”

“형은 아직도 나를 좋아해?”

“...”

“그게 아니면, 나한테 자꾸 연락하는 이유가 뭐야?”

“기광아.”

“나는 형이 우리 관계를 좀 더 확실하게 했으면 좋겠어.”



한동안 우리 사이에는 아무런 말이 오가지를 않았다. 한참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내가 답답한 한숨을 내뱉고 고개를 돌리려고 할 때 용준형이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도 마음은 있는데, 내가 잘 해줄 자신이 없어서 만나자는 말을 못 하겠어. 미안.”




나는 결국 용준형의 팔을 붙들던 손을 스르륵 놓아버렸다. 용준형에게 나는 남 주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이었다.






그렇게 내 마음이 힘든 와중에 우리 과에 편입한 두준이는 완벽한 내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시끄러운 개강 파티에서 이리저리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술을 마시는 용준형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서 혼자 구석에 앉아 우울하게 자작을 하고 있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합석해도 되겠습니까?”




인사성이 밝은 두준이는 내가 차마 대답하기도 전에 이미 술잔과 수저를 챙겨 내 앞에 앉아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이번에 편입한 윤두준이라고 합니다.

“네. 안 그래도 말씀 많이 들었어요. 반가워요.”




서글서글한 눈웃음과 누구에게나 신뢰감을 주는 잘생긴 인상은 낯가림이 심한 내 마음도 쉽게 허물어 버렸다. 두준이는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편입 준비를 해서 우리 학교로 왔다고 했다. 학과 특성상 교육 과정의 차이 때문에 동갑인 나보다 한 학번이 낮은 후배가 되었지만, 군기가 잡혀있는 과가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날 술자리에서 쉽게 친구가 될 수 있


사교성이 좋은 두준이는 다른 친구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한창 축구에 미쳐있던 남자애들에게 등장한 두준이는 마치 구세주 같았다. 특히나 두준이는 축구를 할 때 빛이 났다. 단 한 번도 응원을 나오지 않던 여자애들이 두준이의 넓은 등판과 단단한 허벅지를 보기 위해서 공강 때마다 경기장 주변에 앉아 있다가 허겁지겁 수업을 들으러 가고는 했다. 매번 단대 체육대회 준결승까지만 전전긍긍하던 우리 과는 두준이의 리더십으로 올해 학교 내 학과 전체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었고, 그렇게 나와 두준이의 접점은 점차 커지고 있었다.





그런 두준이와는 다르게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유치한 용준형은 내가 저를 제외한 다른 남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기가 싫어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꼭 어디선가 나타나서 훼방을 놓지 않을 수 없었다. 동아리 후배 동운이와 함께 공모전을 나가게 되어 밤늦게까지 학교에서 작업을 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부터 용준형이 동운이를 못 살게 구는 것이 보였다.





“하, 요즘 준형 선배가 저를 왜 이렇게 괴롭히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일인데?”

“아니, 아까 형 나가고 없었을 때 와서 형을 찾는 거예요.”

“나를?”

“네. 제가 형 잠시 두준 선배랑 카페 갔다고 했거든요.”

“응. 그래서?”

“그러니까 한참 저를 노려보더니 제 머리에 꿀밤 먹이고 도망가는 거 있죠?”

“뭐야. 이상한 형이네. 그래서 우리 동운이 아팠어요?”



덩치만 산만했지, 하는 짓은 아직까지 누가 봐도 어린애 같은 동운이가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둘이 뭐 하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나타난 용준형 덕분에 동운이의 등이 눈에 띄게 움찔했다. 하여튼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양반은 못 되는 놈. 동운이랑 나랑 번갈아 쳐다보더니 내 등 뒤로 와서 슬쩍 내 어깨를 감싸 은근히 동운이랑 떨어트려 놓으려고 하는 것이 느껴졌다.




“둘이 데이트해?”

“그럴 리가요. 저 이제 집에 갈 거예요.”




그래도 최고 학년 선배는 무서운지 바로 짐을 챙기는 불쌍한 동운이. 그래도 다행히 공모전이 끝나기 무섭게 용준형이 동운이를 괴롭히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두준이 참 괜찮은 것 같아.”



공모전을 마무리하고 바쁜 와중에 여유가 생겨 오랜만에 요섭이랑 단둘이 술을 마시던 와중에 요섭이의 입에서 의외의 화젯거리가 나왔다.




“응?”

“며칠 전에 마감 친다고 내가 너 도와주러 학교 갔었잖아.”

“맞아. 그랬었지.”

“그때 잠깐 너 잠들었을 때, 감기 걸리면 큰일 난다면서 여자애들 담요란 담요는 다 뺏어와서 너한테 덮어주던데?”

“그랬어...?”

“응. 내가 뒤에서 지켜보는데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데, 내가 다 기분이 이상하더라.”



솔직히 요섭이가 말 안 해줬으면 몰랐을 일이어서 왠지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니까 기광아. 용준형 같은 자식 만나지 말고.”

“...”

“괜찮아. 너 마음 가는 대로 해.”



그런 내 마음을 다 알기라도 하는 듯, 요섭이는 내가 듣고 싶었던 얘기만 하고 아무 말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두준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진작 알고 있었다. 두준이는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순수한 아이였다. 나를 향한 올곧은 시선을 애써 모른 척하기에는 내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두준이의 마음이 온전히 나만을 향하는 것을 요섭이까지 느꼈다니. 나도 더 이상 내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기광아. 할 얘기가 있어.”

“나도 할 얘기 있는데.”

“기광아. 나 사실은... 저기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알고 있어.”

“어...?”

“두준아. 나랑 사귀자.”



그래서 내가 먼저 참지 못 하고 고백해버렸다. 흔들리던 나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주며 환하게 웃어주는 두준이의 다정함에 그 해 여름,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두준이는 내가 이때 동안 만나왔던 남자들과는 달랐다. 진심으로 나를 존중하고 아껴주는 것이 느껴졌다. 조용히 나의 고민을 경청하고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며 가끔은 아무 말없이 나를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가만히 바라볼 때면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두준이를 만나게 된 것은 내 인생의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두준이는 명절마다 사과나 배를 보내오는 것은 물론이며, 우리 부모님 생신까지 다 챙겨주는 세심함을 보였다.



“어머님 꽃 좋아하신다고 했었지?”

“어?”

“왜 저번에 우리 제주도 놀러 갔을 때, 기광이 네가 어머님 꽃 좋아하신다고 내년에는 어머님 모시고 유채꽃 보러 가야겠다고 했었잖아.”



언젠가 내가 혼잣말로 흘린 이야기까지 두준이는 다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님 내일 생신이니까 꽃다발 사드려야겠네.”

“에이, 신경 안 써줘도 돼. 내가 챙겨드린다니까.”

“내가 챙겨드리고 싶어서 그래~ 이렇게 예쁜 기광이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괜찮다며 말리는 나를 이끌고 두준이는 귀여운 꽃집에 들어가서 꼼꼼하게 꽃을 골랐다.




“소중한 분에게 선물로 드릴 건데 꽃말의 의미가 좋은 꽃을 찾고 싶어요.”




잘생긴 얼굴로 내뱉은 말에 꽃집 사장님은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이 꽃 저 꽃을 가리키며 꽃말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 꽃의 꽃말은 ‘소녀의 꿈’이에요.”

“수국이 좋겠어. 어머님도 한 때 소녀였을 시절이 있었으니까.”



같은 말도 두준이는 항상 듣기 좋은 예쁜 말만 골라서 했다.



역시 남편보다 사위가 낫다며 두준이가 선물로 사다 준 화려한 꽃다발을 받아들고 환하게 웃는 어머니의 얼굴을 봤을 때, 뭐 이런 걸 다 사 오냐며 말로는 툴툴거리면서 은근하게 올라가는 아버지의 입꼬리를 봤을 때, 나는 부모님에게 두준이와 교제하는 사실을 밝힌 것이 자랑스러웠다. 두준이는 한마디로 나의 완벽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나에게 헤어짐을 고하는 두준이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내가 인형이야? 언제까지 네 비위 다 맞춰 줘야 해?”

“...뭐?”

“나 좋으라고 하는 연애지, 너 좋으라고 하는 연애 아니야.”

“두준아......”



요즘 들어 나에 대한 두준이의 마음이 많이 식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었지만, 두준이가 화를 내며 나에게 퍼붓는 말들은 마치 폭탄 같았다. 내가 보고 들었던 모든 것들이 부정되는 기분이었다. 얼이 빠져서 입만 벌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바닥으로 고개를 떨어트리고 눈물만 흘리는 나의 모습에 정신이 들었는지, 그제서야 두준이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리 사이에는 침묵만 흘렀다.



“두준이 네가 나랑 사귀는 동안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전혀 몰랐어. 난 그저......”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겨우 진정시키고서야 다시 입을 열 수 있었다.



“나도 드디어 좋은 사람을 만나는구나. 내가 뭐라고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까. 내가 이렇게 과분한 사람을 만나려고 이제껏 그렇게 마음고생을 했나 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남자 좋아한다고 했을 때 우리 부모님에게 평생 손자를 안겨드릴 수 있는 기쁨은 못 겪게 해드려도, 그래도 두준이 너 같이 좋은 아들 하나 더 생겼다고 행복해하셨는데.”

“...”

“진지하게 너랑 결혼까지 생각한 내가 너무 우스워지네.”



두준이의 미안한 표정이 나에게 더 상처로 다가왔다.



“기광아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

“내가 내 감정에만 충실해서 너에게 상처를 주는 말인지 모르고 함부로 내뱉었어. 정말 미안해.”

“아니야.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기광아.”

“덕분에 감정 정리 수월하게 할 수 있겠네. 그동안 못난 애인이라서 미안해.”

“...”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



그렇게 우리 사이는 끝나버렸다. 나에게 고백하던 너의 떨리는 눈빛, 너와 처음 손을 잡은 날, 처음 입을 맞춘 날, 처음 몸을 섞은 날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던 너의 목소리, 부모님에게 소개 시켜 드리던 날 쑥스러워하던 너의 미소, 내가 몰래 준비한 선물을 받아들던 너의 환한 미소.


점점 나에게 마음이 식어가는 너를 느끼며 혼자 조용히 눈물 훔치던 날, 밥 먹을 때 나와 눈을 맞추지 않고 손에 들린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던 너를 지켜보던 날, 함께 걷고 있어도 어느 순간 멀찍이 떨어져 너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따라가던 날. 그 모든 날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달콤하던 처음과 다르게 입에 침이 고일만큼 씁쓸한 이별에 눈물도 나지 않았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 있나. 두준이와 헤어지고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저절로 용준형이 생각났다. 혹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이폰을 꺼내들어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쭉 내리며 용준형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러나 용준형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예쁘게 생긴 여자 친구와 함께 찍은 다정한 셀카. 정작 아무에게도 기댈 사람이 없는 것은 용준형도 윤두준도 아닌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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